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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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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정지우 감독 <4등>

작성자
인디
등록일
2017-03-29

 

 

<4등> 리뷰: 1등의 공식은 존재하는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 천재는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 말처럼 재능을 갖고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다보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성공의 메달이 순위권에게만 주어지는 현실을 보면서 그저 고군분투하기만 하다가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이름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가해야 1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1등으로 가는 공식이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깔끔한 스토리와 인상적인 연출

영화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열두 번째 인권영화로 <해피 엔드>(1999), <사랑니>(2005), <은교>(2012)를 통해 사회적 통념과 금기에 도전해오는 감독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인권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영화는 깔끔한 스토리와 연출로 과도한 순위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교육계의 현실과 스포츠계의 체벌 문제를 꼬집는다. 실력은 없었지만 노력을 통해 1등이 되었다는 누군가의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수영을 좋아하지만 매번 수영 대회 4등에 머무르고 있는 ‘준호’의 시선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푸른 물속에서 그려지는 수중촬영 장면들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준호의 숨소리와 수영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담아내 준호가 느끼고 있는 떨림과 긴장의 순간이 고스란히 스크린 너머로 다가오게 된다.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세 가지 유형

수영선수 준호에게는 매번 체육관에 차를 태워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전폭적인 지원 투수 엄마가 있다. 수영 대회 1등인 아이를 둔 엄마로부터 노하우를 얻기 위해 교회를 열심히 따라다니고 절에 나가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소원은 빌지 못하는 엄마이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는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준호에게 걸고 준호의 성적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으려 한다. 또한 준호가 수영을 그만둔다고 하자 준호 동생인 ‘기호’에게 자신의 희망을 건다. 이처럼 그녀는 준호가 4등을 할 때면 아이들을 다그치지만, 2등을 했을 땐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당근과 채찍질’의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반해 아빠는 엄마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수영장에서 도망쳐 나오는 준호를 안아주며 위로해주는 모습은 언뜻 자상한 아버지 상으로 보이지만, 그는 아이의 교육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있는 위치를 취한다. 뿐만 아니라 돈을 통해 갈등을 풀어내려하고 하는 모습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체벌은 다 너를 위한 것’이라는 교육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준호의 코치, ‘광수’는 한때 아시아 신기록을 깨며 국가대표로 우뚝 설만큼 유망했던 수영선수였다. 그는 체벌에 대한 반항심에 수영선수의 길을 그만뒀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준호에게 가하는 체벌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스포츠 계에서 관습적으로 대물림되는 체벌의 방식이 단순히 군기를 잡는 다는 이유로 혹은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용인 될 수 있는 것일까. 광수는 준호에게 사랑의 매가 있었다면 내가 더 잘 됐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타인의 채찍질은 순간적인 성과를 낼지는 몰라도 온전한 동기부여는 되지 못한다. ​

 

 

 1등하면 기분이 어때요?

준호는 물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을 발견한다. 레일을 자유롭게 오가며 빛을 따라가던 준호는 수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광수를 다시 찾아간다. 하지만 광수는 1등을 해야만 수영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믿는 준호에게“이번엔 니 혼자 해봐라”며 준호를 보낸다. 이윽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참가한 수영대회에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1등을 거머쥐게 된 준호. 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그 다음이다. 준호에게 1등은 무엇으로 남게 될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서 그 다음 수영대회에서도 1등을 계속 도맡아 하는 아이가 될까, 아니면 1등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 체 순위권 밖으로 넘어가게 되면 몹시 좌절하는 아이가 될까. 영화는 그 다음 준호의 에필로그를 그려주지 않는다. 다만 “1등하면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흔히 실수도 실력이라 하지만, 그 명분아래에는 그저 열심히 해서 실력을 늘려야한다는 선택지만이 남게 된다. 내가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고 결국 나만 노력을 다하면 되는 것이 올바른 답안처럼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실력을 높이면 정말 실수를 안 할 수 있는 것일까? 1등은 항상 1등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실수해도 괜찮다는 식의 위로는 어떨까? 수백 번 도전한 가운 데 수백 번 실수를 했다면 그때도 정말로 괜찮은 것일 수 있을까? 이때 <4등>이 말하고 있는 바는 ‘4등이라는 너의 한계를 벗어나야 해!’나‘비록 4등이지만 괜찮아!’가 아니다. 영화는 1등을 하면 기분이 어떤지를 물으며 타인의 조언이나 평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주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말의 메시지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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